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처음으로 집에서 돌보게 된 날, 보호자 이정수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찾으며 “엄마 밥 안 줘?”라고 묻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단순한 기억력 저하 이상의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대답을 해도 금방 잊고,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몇 번 마주하다 보니, 어느새 말을 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많은 보호자분들이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말을 아끼기 시작하면, 서로의 마음의 문도 점점 닫히기 쉽습니다. 치매 어르신과의 소통은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관계를 유지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 중요한 돌봄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치매 어르신과 따뜻하게, 그러나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치매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는 단기기억이 급격히 저하되는 반면, 오래된 기억은 상대적으로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언어 이해와 표현 능력이 저하되며, 시간·장소에 대한 감각이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대화 중 혼란을 느끼게 하며, 때로는 방어적으로 말하거나 감정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통 시에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는 '어떻게 말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목소리의 톤, 표정, 시선, 몸의 방향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이 어르신의 정서에 훨씬 강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나긋하고 일정한 말투, 포근한 눈빛, 가까운 거리에서의 안정적인 자세는 어르신에게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될 수 있는 대화의 순간들을 더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몇 가지 실질적인 소통 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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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충분히 주며 기다리기
치매 어르신은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표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한 뒤에는 급하게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적어도 10초 이상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기다림은 어르신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언어 없는 배려입니다. -
긍정적인 감정에 집중하기
논리보다 감정에 공감해주는 대화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그건 아니잖아요!"보다는 “아버지, 그렇게 느끼셨군요. 속상하셨겠어요”와 같은 공감의 표현이 갈등 없이 어르신의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말하기
길고 복잡한 문장은 기억이나 이해가 어렵습니다. “아버지, 점심 드시고 약 드셔야 해요. 약은 책상 위에 있어요”처럼 간결하고 명확한 전달이 더 효과적입니다. 시각 자료(사진, 약통 색깔 등)를 같이 활용하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
과거 기억을 꺼내는 대화 유도하기
어르신이 안정감을 느끼는 대화 소재 중 하나는 과거 이야기입니다. 오래 함께 살았던 집, 젊은 시절의 직장, 자녀들의 어린 시절 등을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면 어르신이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기분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소통 방식은 요양보호사들이 돌봄 현장에서 가장 신중하게 실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재가복지센터를 통해 가정에 파견되는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인지 상태, 성격, 감정 반응 등을 세세히 파악하고 이에 맞춘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세웁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대화에 잘 응하시지만 오후가 되면 헷갈리는 반응이 많아지는 어르신에게는 오전 중 더 많은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오후 시간에는 음악 듣기나 손 마사지를 병행하며 정서적 안정을 돕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돌봄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개인의 목소리 톤, 스킨십 정도, 사용하는 단어까지도 어르신 맞춤형으로 설계됩니다. 어르신이 ‘통한다’고 느껴야 돌봄의 질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년째 요양 서비스를 받고 계신 김 할머니는 처음엔 사람 자체를 잘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요양보호사의 꾸준한 소통과 애정 어린 반복 대화를 통해 지금은 아침이면 “내가 잘 아는 이 선생 왔네~” 하며 반갑게 맞이하십니다. 대화가 주는 안정감이 관계로, 그리고 일상의 힘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끝으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더라도 그 자체로 어르신과 연결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말보다는 마음이 먼저 가닿을 수도 있습니다.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고, 오늘 이야기를 함께 시작해보세요.
어르신과의 하루하루가 낯설고 때론 두려우실 수 있지만, 재가복지센터는 그런 보호자의 옆자리에서, 소통과 배려로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방법,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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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는 항목 요약
- 치매 어르신과의 소통은 정서 안정과 관계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비언어적 소통 요소(눈맞춤, 표정, 목소리 톤)가 중요합니다.
-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문장을 사용하고, 충분한 기다림과 감정 공감이 필요합니다.
- 과거 기억에 기반한 대화 소재는 어르신의 참여를 높입니다.
- 재가복지센터 요양보호사는 어르신 맞춤형 소통 전략을 세워 정서적 돌봄을 실천합니다.
- 대화로 표현되지 않는 순간도 깊은 연결의 일부임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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